독일의 사회학자 베버는 정치적 정통성의 원천을 전통, 카리스마, 합법성 등 세 가지로 보았다.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서 지도자는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정통성을 인정받는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도 정통성은 존재한다. 자식은 부모의 권위에 대체로 순응한다. 그것은 의지에 의한 것 보다 관습과 카리스마에 의한 자발적인 것이다.

가족의 관습과 카리스마는 자식에서 자식으로 이어지는 가계의 연속성에서 얻어진 것이다. 이러한 가계의 연속성은 자신의 혈연에 대한 자부심으로 그리고 조상에 대한 경의로 표현된다.

누구도 갑자기 세상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랜 그 가계의 연속성에 의해 태어났기 때문이다. 개인이 그 연속성, 즉 역사를 부정하는 순간 가치관을 잃은 가족은 해체 위기에 처할 것이다.

국가의 정통성은 그 국가의 역사와 권력 그리고 합법성에 있다. 이 세 가지 중에 하나가 가치를 상실한다면 그 국가는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역사가 훼손되면 권력은 힘을 잃어 버린다. 힘을 잃은 국가 권력은 국민의 비판과 외면에 직면하고, 결국 국가는 합법성마저 잃게 될 것이다. 역사와 권력 그리고 합법성을 모두 잃은 국가는 존립 할 수 없게 된다. 그만큼 역사는 국가를 지탱하는 중요한 정통성의 가치를 지닌 것이다.

작금의 사회적 이슈인 ‘역사 왜곡 문제’는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내용을 보면 이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교과서인지, 북한의 교과서인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왜곡된 내용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부정되고 북한의 정통성이 은연중 강조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두산동아 출판사’ 교과서 273쪽에 ‘북한, 정부를 수립하다’ 를 보면 “북한은 남한에서 총선거가 실시되자 곧바로 정부수립에 나섰다. 8월 25일에는 남북 인구 비례에 따라 최고 인민회의 대의원을 뽑는 선거를 실시하였다”고 씌어 있다.

북한의 8월 25일 선거에 대하여 ‘남북 인구 비례’란 용어를 사용 남북한 전체 주민이 참여한 선거처럼 왜곡하고 있다. 당시를 목격한 월남 인사들이 공산당에 의해 부정선거가 이루어 졌다는 증언이 있는데도, 이 교과서는 마치 남북한 전 국민이 참여한 선거처럼 왜곡하여 북한의 정부 수립에 정통성을 부여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와 관련된 사회적 갈등은 정부 여당의 ‘국정 교과서’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이러한 왜곡된 교과서를 개정하려는 논의는 없고, 국민에게 ‘다양한 관점의 민주주의 파괴’, ‘친일과 친미의 보수 뉴 라이트 국정 교과서’라는 선전, 선동에 있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훼손하려는 의도가 명백한데도 그것의 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정치인들이 거리로 나와 ‘유신’, ‘친일’, 등의 구호만을 앞세워 선전과 선동에 몰두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으로서 답답한 심정이 아닐 수 없다. 정통성이 왜곡되지 않은 교과서라면 왜 굳이 국정 교과서로 돌아가려 하겠는가 말이다.

분명한 핵심은 ‘국정 교과서’에 있는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한 교과서의 개정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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