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환경 열악…사회안전망 구축 '시급'

[이천=경기e조은뉴스]경기도 이천시에서 홀로 사는 노인이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 발견이 돼 사회안전망 강화에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로부터 소외된 채 삶의 마지막일 수 있는 위기에서도 고독하게 견뎌야 하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노인 복지서비스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지난 14일 주민과 관계 공무원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1시 30분께 설성면 송계리에 사는 유모(68·남)씨가 온기 하나 없는 컨테이너에서 7일 째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저체온증으로 사경을 헤매다 발견됐다.

그는 병원을 들리지 않고 열흘 가까이 연락이 두절된 것을 이상하게 여긴 여주시 가남읍 소재 한빛정형외과 한영찬 원장이 유씨가 사는 곳을 수소문하다 그가 사는 동네 이장에게 연락이 닿아 천신만고 끝에 생명을 건졌다.

의술이 아닌 인술로 환자를 가족처럼 대하는 병원 의사의 세심하고 남다른 관심이 소중한 생명을 살려낸 것.

한빛정형외과는 유씨가 관절통 때문에 자주 들리는 병원이다. 마지막 치료를 받을 때는 피검사 결과,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영양제 주사를 맞기도 해 지병이었던 관절통뿐만 아니라 건강상태가 나빴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이 지역 사회복지사가 갑자기 사직을 해 설성면과 율면 지역 84명의 독거노인이 사례관리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유씨는 지난 4일 설성면사무소 직원으로부터 라면과 이불을 전해 받은 뒤 꼼짝없이 이불속에 누워만 있었던 것.

유씨처럼 사회적으로 소외된 독거노인들은 이웃과의 왕래조차 뜸해 갑작스런 사고에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

난방시설은 나무난로뿐인데 언제 불을 피웠는지 모를 지경이었고 생활환경은 열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유씨는 현재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건강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1월 기준, 이천시 전체 노인 인구 24만628명 가운데 2.48%(5979명)가 '독거노인'이다.

이 중에서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는 노인은 노인돌봄기본서비스 900여명, 노인돌봄종합서비스 70여명, 사례관리 590여명 등 1560여명(26%)에 불과하다.

지속적인 소외계층 노인들의 건강 상태 파악과 응급 상황이 발생할 때 긴급 구조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의 중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병돈 이천시장이 새해 신년사를 통해 밝힌 취약계층을 위한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 과 민간과 연계한 ‘행동한 동행’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 빈틈을 메우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지영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하는 10~20년 사이에는 홀로 사는 노인들의 훨씬 늘어날 것 이다"며 “‘찾아가는 서비스’가 좋긴 하지만 급속히 늘어나는 노령인구에 맞춰 사회복지사를 채용해 대응하기엔 힘든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정부차원에서의 지원은 한계가 있어 지역사회 차원에서 연대를 강화하는 쪽으로 독거노인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지역의 건강한 젊은 노인을 활용한 지역 연대조직 결성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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