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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의회 이환설 의원] 지금으로부터 15∼16여 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휭휭 바람이 밤의 적막을 깨고 있었습니다. 싸늘한 밤공기가 차갑게 검정 양복저고리 속에 스며듭니다. 늦은 가을 밤비가 오려나봅니다.
취기가 돌은 취객들은 비틀비틀 저마다의 보금자리를 찾아 가려 하고 있습니다.
어이 어이! 택시!
택시 왔나?
오늘도 속절없이 술자리의 들러리만 서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 저어봅니다.
얼굴이 하얀 단발머리, 쭉쭉 빵빵 가슴이 유난히 커 보이는 풋내기 아가씨는 내 곁에 바짝 붙어서 턱을 세우고 붉은 입술 지그시 깨물며 멋진 오빠라며 아양을 떨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긴 머리 아가씨는 엉거주춤 서서는 그 어느 누군가를 가녀린 목소리로 불러대고 있었습니다.
조금 전 술좌석에서 이야기가 오고갔던 내용들을 곰곰이 또 다시 머릿속으로 재정립을 해 봅니다.
그래그래, 도와줘야지! 도와줘야지!
남들을 위한 남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속에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또한 자부심도 엄청 가져봅니다. 참으로 남을 위해 사는 것도 아무나 할 수가 있는 것은 아님을 압니다.
먼 훗날 사후 내가 죽어지면 “남을 위해 살다가 죽었노라.”고 작은 묘비 검은 대리석에 음각되어 쓰여 지길 바랄뿐입니다.
어려운 분들을 위하고 따스한 손길로 도와주면서 삶에 대한 분주함의 자긍심도 은근히 가져 봅니다.
남을 돕는 모든 것에 대하여 내 스스로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끼며 한입 가득 빙그레 미소를 머금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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