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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의회 이환설 의원] 대한제국 비운의 국모여!
비운의 여인이여!
비바람만이 어두운 밤의 대지를 쓸며 지나가고 있었다.
섬광 불빛 번쩍이고 뇌성벽력 우레 소리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야심한 밤에 누구를 위하여 비를 뿌리려 하는가!
비바람 소리 타고 저 멀리 여강의 굽이치는 여울 속에서 울부짖는 통곡소리 가녀리게 들리어 온다.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의 절규인가!
아스라이 부서져 내리는 가슴을 부둥켜안고 한 많은 이승 길을 할퀴고 있다.
원혼들이여!
고이 잠드소서!
통곡하지도 원망하지도 말구려!
어두운 밤에 억수 같은 빗줄기가 바람에 날리운다.
정성이 부족하여 악마구리인가.
세인들이여!
살려달라 애원한들 어찌할까나!
기름불에 옥구슬 검게 그을리고 불태워진 옥체 폭풍우 비바람 속에 날리우며 산산히 흩어져 구름 연기 되어 흔적마저 사라져 갔다네!
처량한 유혼들의 신세는 언제 거둘까.
천년만년 세월없고 한 많은 이승살이를 원망만 한다.
지난해 요란한 폭풍우 속에 섬돌 앞 바위틈에 피던 참나리꽃 올해도 어김없이
피었건만 원혼들의 이승 길은 멀고도 다시는 영원히 되돌아올 수가 없기에 저리도 애절하게 통곡하는가!
저승사자는 희뿌연 안개 속을 헤쳐 가며 검붉은 긴 도포자락 펄렁이며 날리고 있다.
창백한 얼굴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핏빛으로 붉게 물든 충혈된 눈시울 부릅뜨고서 어서 가자 어서 가자 호통 속에 끌리어 간다.
회오리 몰아치는 망망대해 시뻘건 피바다 휘감아 돌아 온 천지를 삼킬 듯 높은 파도는 길고 긴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천길 물속 헤엄쳐 건너고 건너 온 대지를 이글이글 태울 듯 불기둥 내리쬐어 불폭풍 아래 이글이글 끓어오르는 모래 언덕을 지나고 지나 끝도 없는 가시덤불 헤쳐간다.
폭풍속 강을 건너고 건너 첩첩산중 칠흑 같은 해골 준령을 넘고 또 넘어 피묻은 백골들 서로 얽히고 설켜 뒹굴고 있다.
일곱색깔 무지개 구름 타고서 훨훨 날아 빗줄기 다리 삼아 칼산 협곡 지나고 있다.
운무속 북망산 찾아가는 길 왜 이리도 험난하던가!
산 첩첩 물 겹겹 억억 번을 넘고 건너며 황천길이 가도가도 끝이 없구나!
구천에 떠도는 넋은 그 누구를 원망하는가!
영혼들이여!
일제의 만행 천추에 지은 죄와 업보 폭풍우 몰아치는 요란한 밤에 씻을 수가 없는 추태 응징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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