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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의회 이환설의원] 늦은 갈 밤 스잔한 하늘가엔 구름 사이로 상현(上弦)달빛만이 선명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구슬피 울던 풀벌레들은 온데간데 없고 너울진 달그림자만이 덩그런 정원가에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공작 단풍과 화살나무, 그리고 블루베리의 앙상하고 가냘픈 가지만이 곱디고운 붉은 옷 갈아입고 희미한 달빛 아래 예쁜 자태 뽐내며 우쭐대고 있었습니다.
갈바람과 찬이슬 맞으며 미소 머금고 한껏 폼을 내고 있나 봅니다.
밤공기 차가운 땡감 나무는 이슬에 젖어 감잎 떨구고 주렁주렁 탱글탱글한 주홍빛 붉은 감들만 대롱대롱 매달아 놓았습니다.
뜰 앞 가장자리엔 구불구불한 특수목의 소나무 잔솔들은 더더욱 푸르름 더해가고 잔디 풀잎들은 누런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나의 마음도 왠지 쓸쓸함이 가득한 늦은 가을을 닮아가고 있는 듯 이제는 나이가 들어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요즈음 부쩍 물들어가는 단풍잎을 바라보며 서글픔도 느끼곤 합니다.
이내 어두컴컴한 골목길 비탈진 어귀에 소담한 다발로 고개를 들어 올린 국화 봉우리들은 잔뜩 부풀려 차디찬 첫서리 내리던 이른 새벽 날 꽃 몽우리들을 일시에 터트리고 있었나 봅니다.
국화향기 그윽한 골목길에서 늦은 갈 날에 모질게 꽃을 피울 때 우수에 젖은 옛 “문인묵객(文人墨客)”들의 “고뇌(苦惱)”에 찬 필법으로 표출되어 “일필휘지(一筆揮之)” 시(詩)가 되고 “문인화(文人畵)”가 되어 때론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절절한 이야기로 “전설(傳說)”이 되어 전하여지기도 합니다.
국화향기 북서풍의 바람에 실려 시(詩)가 되고 수묵화(水墨畵)로 선명히 채색되어 “미각지당(味覺之堂)”에서의 문인묵객(文人墨客)들 “심금(心琴)”을 울립니다.
입동 겨울의 문턱 제법 북서풍이 불어와 우수수 지는 낙엽 떨구고 찬 서리 싸늘한 바람결에 겨울이 옴을 서걱서걱 소리 내어 알리고 있었습니다.
때 이른 추위 다가와 국화꽃잎 지고 떨어져 거리의 연인(戀人)들은 춥다 하고 앙탈 부리며 옷깃을 여미고 이내 소슬한 겨울임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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