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단위 기록사업 최초, 소당산 산신제 원형 담아

그동안 이천에는 시군지 발간과 읍면단위 민속조사가 계속 이뤄졌지만 마을단위의 기록사업은 신둔면 지석리가 처음이다.

이천문화원은 경기문화재단(경기학연구센터)과 협력해 경기도의 마을기록사업의 일환으로 지석리마을을 선정하고 2017년 2월부터 각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해 조사활동을 시작했다.

지석리 마을은 이천의 선사문화와 옛 성터, 감투바위, 소반바위, 베틀 굴, 성황당 등 다양한 문화유산이 현존하고 있으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소당산 산신제를 원형대로 지내고 있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소당산은 ‘솥뚜껑’(鼎蓋山)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산으로 지석리뿐만 아니라 이천의 백성 모두를 먹여 살리는 밥을 짓는다는 뜻이며,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제사다. 산신제는 일제강점기 때도 감시를 피해 몰래 지냈고 6.25 때도 거르지 않았을 만큼 철저하게 이어져왔다.

하지만 최근 지석리는 마을주민의 고령화로 오랫동안 이어온 전통문화의 명맥을 어떻게 이어가고 마을의 활로를 모색할지 고민해왔다.

출간된 마을지에는 주민들의 이런 고민들이 곳곳에 녹아있다. 그동안 금기시 되어온 산신제의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여성조사자가 참여해도 좋다고 허락하기도 했다. 마을의 미래를 위해 금기를 깬 것이다.

그동안의 마을지가 마을의 개관, 마을에 전해지는 민속과 전통 등 과거적 삶을 기록하고 나열하는데 그치고 있는 반면, 이번에 출간된 지석리 마을지는 현재를 살아가는 주민의 입장에서 마을의 다양한 문화적 소재들을 미래의 자원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채택했다.

책의 앞부분에는 기원전 2000년 지석리의 옛 생활모습과 서기 2050년 세계적인 테마관광마을로 탈바꿈한 지석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이 다양한 삽화와 함께 실려 있다.

지석리 마을지의 또 하나의 특징은 전문가들이 일방적으로 만들어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원하는 내용을 책에 담아내려고 했다는 점이다. 조사기간 동안 마을주민들은 조사자들에게 마을의 구석구석을 보여주고 금기시된 산신제를 참관할 수 있게 해줬다.

조명호 원장은 “마을지 발간을 계기로 주민의 눈으로, 주민의 힘으로, 주민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마을지의 시대가 열렸으면 한다”며 “주민들이 마을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잠재력을 끌어내고 이를 콘텐츠화해 나간다면 지석리마을이 활력이 넘치는 이천의 대표적인 테마관광마을이 되리라 기대한다. 문화원은 앞으로 마을기록사업을 계속 추진해 가겠다”고 밝혔다.

‘괸돌고을 산신마을’이란 책의 제목은 이 지역에 선사시대 고인돌이 많기도 하고 소당산 산신제의 영험한 산신이 지켜주는 마을이란 의미에서 붙여졌다. 책은 이천시민이면 누구나 이천문화원에 신청(☎635-2316)하고 방문하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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