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사진전시회, 종로 류가헌에서 열려... 30여점 작품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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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풍영정, 담양은 면앙정, 장흥은 부춘정, 강화는 연미정....

사진가 김심훈에게는 어떤 지역명이 들리면 그 지역의 정자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고 한다. 십여 년의 세월동안 정자와 누각만 카메라에 담아 온 ‘정자(亭子) 사진가’답다.

김심훈 정자(亭子) 사진가가 두 번째 ‘한국의 정자’ 사진전을 류가헌(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113-3)에서 오는 16일부터 28일까지 개최한다.

1959년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나 고향에 터를 틀고 운송업을 생업으로 하고 있다. 독학으로 공부를 시작하며 처음 정자 사진을 찍기 시작할 때만해도, 이렇게까지 오래 정자 하나만을 오로지 하며 작업할 줄 몰랐다.

여름에 들러서 사진 찍은 정자의 가을 풍광도 겨울 풍광도 보고 싶었고, 그렇게 한 계절 두 계절 한 해 두 해 정자를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이 쌓이다보니 충실한 기록자로서의 의무감이 생겨났다.

지난 2008년부터 북녘 땅이 바라다 보이는 파주의 화석정에서 강원과 경상, 호남지역의 여러 정자들에 이르기까지 60여 개소를 다녔고, 2014년에는 7년여의 기록을 모아서 첫 번째 <한국의 정자> 사진전을 열었다.

이후로도 생업의 틈틈이 대형 카메라를 들고 정자를 찾아다니는 김심훈의 행보는 멈춤 없이 이어졌고, 올해 다시금 정리해 선보일 만한 양이 됐다. 3년 여 동안 다닌 전국의 정자가 40여 곳이니, 지난 7년여에 비해 행보가 더 잦아졌다. 물론 여름엔 여름날의 모습을 보러, 가을엔 가을날의 모습을 보러 갔으니, 정자의 수는 명확해도 오고 간 걸음의 차수는 헤아리기 어렵다.

우리나라에는 약 1400여 개의 정자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진을 찍기 위해 접근이 가능한 정자는 채 반도 되지 않는다.

때로는 진입로가 아예 막혀버린 정자를 찾아가느라 낫으로 2km 남짓이나 숲길을 열어가며 도달한 정자도 있고, 옛 문헌에 겨울 눈 덮인 날의 풍광이 아름답다고 기록된 정자를 설경 속에 담기 위해 수차 찾아갔으나 번번이 맞춤한 때를 놓친 정자도 있다.

아직도 남겨진 정자들과 촬영 과정의 지난함, 사진에 담기 가장 맞춤한 시기성까지 생각하면 김심훈의 마음이 종종걸음 치는 이유를 헤아리기 어렵지 않다.

모든 정자 사진에 대형 4*5 필드카메라와 필름을 사용했고, Gelatin Silver Print 방식의 인화를 위한 암실작업도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작가가 손수 했다. 10년 여 동안 식지 않은 사진가 김심훈의 열정이, 이 고요한 흑백의 ‘상(象)’들을 띄워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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