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서적 설봉문화 제56호 『이천의 노거수』 발간

22.jpg

경기 이천문화원(원장 조명호)은 최근 지역문화서적 설봉문화 제56호 『이천의 노거수』를 발간했다고 1일 밝혔다.

노거수老巨樹란 수령이 오래된 큰 나무를 의미한다. 『이천의 노거수』는 이천시민이 직접 이천의 각 마을로 찾아가 노거수와 지역주민을 찾아다니며 나무에 얽힌 이야기, 나무의 역사에 관한 구술자료를 채록하고 사진과 글로 기록한 책이다.

무엇보다 이천시민이 직접 ‘시민기록자’로서 발간작업에 참여해 기획·취재·집필·편집·교정 등 서적 출판의 전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시민 스스로 글, 사진, 그림 등 각자의 재능을 살려, 다양하고 참신한 시각으로 이천의 노거수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지역문화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천의 노거수』는 이천의 대표적인 보호수와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고목, 나무에 얽힌 다채로운 사연을 소개한다.

키는 4미터에 불과하지만 생김새가 기기묘묘한 백사면 반룡송(蟠龍松), 망국의 한으로 깊게 뿌리내린 자오리 은행나무, 밤에 복숭아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달이 아름다워 복숭아 도(桃)에 달자를 써서 ‘도달미’라고 불렸다는 월포리 느티나무, 험난한 풍파를 묵묵히 견디며 아낌없는 사랑을 준 나무와 나무를 닮은 사람들, 나무를 그리는 화가, 이천의 별의별 나무이야기, 그리고 도립리 육괴정의 산철쭉나무 같이 지금은 사라진 아쉬운 나무에 대한 추억 등 이천의 나무가 품고 있는 마을의 역사, 마을 주민의 삶을 함께 실었다. 또한 점점 사라지는 나무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마을 주민의 고민과 구체적인 대안을 수록했다.

『이천의 노거수』의 또 다른 특징은 곳곳에 실린 아름다운 시와 가슴이 뭉클한 문장이다.

“그때(1980년)만 해도 단내는 이천에서 오지 중에 오지에 속했다... 어른들은 그곳을 ‘골래미고개’라 불렀다. 골을 넘어가는 고개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더러는 그곳의 옛 이름인 ‘웃들고개’라 부르기도 하는데, 점차 ‘골래미고개’의 이름을 잊어가는 젊은이들이 많다. (중략) 지금 단천리에는 장수마을로 지정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 팔구십 세를 넘기신 어르신들이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그분들은 한 입처럼 말씀하신다. 마을 앞 느티나무를 떠난 삶은 결코 생각할 수 없다고.”(25쪽)

이천문화원 조명호 원장은 “노거수는 수백 년 동안 한 자리에서 마을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살아있는 생명문화재인 만큼 마을의 나무를 잘 보존하고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깊이 모색할 때”라며 “올해는 마을기록학교를 통해 마을 주민과 시민기록자들이 함께 마을에 관한 자료와 사료를 발굴하고 다양한 마을주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설봉문화’는 1989년 창간한 이래 출간 29년째 접어들고 있는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이천의 향토문화를 소개하고 이천시민이 이천의 지역문화를 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제별로 다루는 지역문화 전문지이다.

이천의 노거수 과정에 참여한 이천시민기록자는 자영업 종사자·사진작가·화가·시인·공직은퇴자 등 20여 명의 다양한 시민으로 구성했다.

이천문화원이 2017년 5월에 개설한 시민기록자 양성과정을 통해 구술채록방법, 인터뷰방식, 지역에 대한 이해 등 인문학적 소양을 익혔으며, 후속 프로그램으로 현장취재를 위한 시민기록자 워크숍, 들락날락 이천마을실톡 등의 과정을 수료했다.

이천시민기록자는 마을을 취재하며 촬영한 60여 점의 이천의 노거수 사진작품을 이천시민의 일상공간에서 선보이는 전시프로젝트를 오는 3월에 개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