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예산, 산출 기초 부족으로 문제 키워

평택시의회가 청사 증축을 하면서 ‘공사비 과다 책정으로 예산 낭비, 예산심의 과정 졸속’ 등의 비판이 일고 있다. 본지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2회에 걸친 심층취재로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편집자 註>

[미디어연합=평택] 평택시의회는 2019년 3월, 1차 추경 당시 상임위원회 및 의원 수 증가에 따른 의정 공간 확보를 목적으로 총액 19억 8000만 원의 의회 청사 증축안을 가결했다.

과거 비좁은 의회 청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여러 번 제기되기는 했으나 의회 증축에 대한 안건이 공식적으로 거론된 것은 2019년 2월, 제204회 평택시의회 임시회 업무 보고에서다.

당시 한승도 의회사무국장은 “현재 청사가 매우 협소하고 금년 4, 5월께 인구 50만을 앞두고 의회 상임위원회 추가 구성과 사무국 조직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어 청사 증축을 준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공식 거론된 안건이 예산 수립으로 이어지기까지 설린 시간은 불과 1개월 남짓으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이었다. 거기에 최초 계획이 바뀌기까지도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졸속 행정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2019년 9월 3일 개최된 208회 임시회 운영위원회에서 한승도 사무국장은 “당초에 면밀하고 세심하게 살펴보지 못하고 사업을 추진하였음을 인정하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며 기정예산액보다 정확히 2배가 늘어난 19억 6000만 원을 최종 예산으로 제출했고 이 예산안은 이견이나 별다른 검토 없이 승인됐다.

지방자치단체 예산 편성 운영기준에 따르면 “사전에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아니하고 일정 금액을 포괄적으로 할당하여 편성·집행할 수 없다(8조 사업예산의 운영관리)”라고 명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운영규칙을 위반하고 졸속으로 예산안을 확정한 것을 자인한 셈이다.

이에 대해 평택시 회계과 관계자는 “2017년 공공건축물 유형별 공사비 분석 수치를 산출 기초로 삼아 예산을 책정했다”라며 “면밀한 검토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2차 추경(2019년 9월)으로 9억 8000만 원의 예산이 수립되기까지는 평택시나 시의회의 의견이 아닌 설계업체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돼 정작 “시민의 혈세를 다뤄야 할 평택시가 민간 업체에 예산안 수립을 맡겨버린 꼴”이라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의회사무처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5월 실시설계를 해보니 용역업체에서 위치, 면적, 단가 등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해왔고 검토 결과 타당하고 여겨 건축비 증액을 결정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당초 예산안 수립과정에서 졸속이 발생했고 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설계용역이 발주돼 실시설계를 하던 중 문제점이 발견되자 또다시 졸속으로(후반기 의회 개회에 맞추기 위해?) 예산 증액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A 모(59, 남) 씨는 “코로나 정국에서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데, 면밀한 검토 없이 예산을 책정해 청사를 지었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평택시가 정확하지 않은 대략 예산 수립으로 사업을 시작함으로써 설계업체의 의견에 끌려간 꼴”이라고 말했다.

일상적이지 않은 짧은 기간에 별다른 검토 없이 이뤄진 청사 건축은 시민을 위해 발 벗고 나선다고 표명하는 풀뿌리 의회가 막상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눈을 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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