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예견하고도 농로 막고 소통부재, "무대책이 대책"

[미디어연합=평택] 본격적인 수매 철을 맞아 농민들의 막바지 농사일에 분주할 때다. 장마와 태풍으로 힘겨운 한 해를 보내야만 했던 올해이기에 가뜩이나 맘고생을 하는 농민들에게 민원을 무시한 공사 강행으로 농심을 두 번 울리는 공사 현장이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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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도로를 설치한 평택시 현덕면 14공구 공사현장

문제가 된 곳은 평택시 현덕면에 있는 서부내륙고속도로 14공구 현장(대보건설 50%, 동원건설산업 25%, 대명건설 25%, 총공사비 1,794억 원, 보상비 별도, BTO 방식 / 이하 14공구)으로, 공사업체가 농로를 일방적으로 막고 공사를 진행해 인근 농민은 물론 농로를 사용하는 시민들의 통행을 차단해 빈축을 사고 있다.

14공구 구진복개터널 설치를 위해 기존 평택호횡단도로를 철거하고 우회도로를 개설하면서 농사용 도로인 박스형 통로를 가로막고 도로 공사를 강행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이로 인해 농민들은 기존 통로 박스를 이용하면 박스 건너편까지 50여 미터인 거리를 27배 먼 1,380여 미터를 돌아가야만 한다.

공사업체의 무대책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는 심정으로 먼 길을 돌아가는 불편은 물론 일반도로를 이용하는 사고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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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사용하던 박스 통로를 막고 세워진 차량진입금지 표지판

더 큰 문제는 공사업체가 공사 시작 전에 민원이 제기될 것을 인지했으면서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공사를 시작했고 사후 대책도 없었다는 점이다.

시공업체는 주민설명회를 열어 설명했고 마을 이장을 만나 양해를 구했다고 주장했지만, 주민설명회에 참여한 주민이 1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만 봐도 소통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다.

공사관계자는 기존 박스형 통로와 우회도로를 연결해 달라는 민원에 대해 “사고 위험성이 높아 시행하기 힘들다. 관계기관과의 협조도 힘들고 …”라며 “공기를 앞당기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난색을 보였다. 사실상 거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공사의 미적지근한 대응에 대해 주민 A 씨는 “통로를 막지 않고도 우회도로를 개설할 방법이 있었을 텐데 적극적인 검토 없이 손쉬운 방법을 채택한 것은 시골 마을이라고 주민을 얕잡아본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평택시도 개발사업 이면에 놓인 농민들의 고충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대규모 개발사업 이면에 자리한 주민 불편에 대한 철저한 조명, 소통 부족으로 나타나는 갈등 해소 등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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