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기 때문에 세상을 좀 더 이성적으로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세상을 좀 더 이성적으로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___박재영 시의원 흑백.jpg여주시의회 박재영 의원(51·새정치민주연합)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불교도가 아닌데도 4월 8일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고, 모든 국민이 기독교인이 아닌데도 언제부턴가 12월 25일이 공휴일이 되어 대한민국이 마치 기독교국가인 것처럼 축제 아닌 축제를 즐기고 있는 듯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과는 달리 크리스마스는 송구영신의 분위기와 맞물려 낭만을 즐기는 많은 젊은이들의 축제일과도 같은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런 크리스마스가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인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아닌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 듯 스쳐지나갑니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이 온통 화해가 불가능한 정적으로 갈라져서 서로 죽고 죽이려는 듯이 쟁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어버리면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온 세상을 환하게 만들어버려 하얀 눈에 의해 일시적으로 대한민국의 비이성적 추악함도 같이 덮어질까 걱정이 되어서입니다.
인간 세상을 창조했다는 하나님의 아들 구세주 예수가 세상에 태어남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종교인이 아닌 저는 오랜만의 여유로운 휴일을 보내고 있지만, 제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루돌프 사슴이 이끄는 마차를 탄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나누어주거나 축복의 인사를 보내기조차 힘든 분위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이후 대한민국에서는 극우단체와 새누리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마녀사냥 하듯이 의도적으로 제기하는 색깔론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종북-좌파’라는 도깨비 방망이만 꺼내들면 세상의 모든 이성을 마비시키는 묘한 힘을 발휘하기에 늘 궁지에 몰린 정치세력은 돌파구를 찾는 수단으로 색깔론을 꺼내들고, 또한 이는 만사형통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새누리당 김진태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어제·오늘 북한 인터넷이 마비되니 국내 좌파매체 사이트에 댓글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주장했고, 새누리당 김도읍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핵발전소에 대한 해킹 공격 배후가 북한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나아가 김도읍 의원은 전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낸 헌재 판결에 대한 효력정지 소송에 대해 "의원직 상실 여부는 명문 규정이 없다"며 "사건이 들어온다면 심판 대상이 되기 때문에 (견해를)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는 법원행정처장의 원칙적 답변에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다. 처장이 독특한 견해를 갖고 있다"며 "납득할 수 없다"고 몰아세웠습니다.
대한민국에서만은 '종북-좌파'라는 이념몰이가 정권의 정통성을 옹호하는 만능 도구인 것을 신봉하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종북 몰이'에 나서자 극우단체들인 '자유청년연합'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통합진보당 당원 명부를 공개하라"고 주장했고, 새누리당이 추천한 세월호 진상조사위원 고영주 변호사가 대표인 '통진당 해산 국민운동본부'는 이정희 전 대표 등 통합진보당 지도부를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또다른 극우단체 활빈단도 오병윤 전 의원과 당원 일부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마치 ‘좌파 색출과 박멸’이라는 기치 아래 모든 공권력이 움직여야 할 듯한 분위기가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이렇게 되자 강제 해산된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는 이날 검찰의 국보법 수사 등에 대해 "보복은 저 하나로 끝내달라"며 "합법적으로 활동한 정당을 강제 해산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당을 이적단체로 몰고 10만 당원을 처벌하려는 것이냐"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절박함과 긴장감과 위기감 속에서 민주진보적 가치를 지켜야겠다는 양심적 정치세력들에게 피 말리는 저항을 할 수밖에 없도록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넣은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자약 페이스북을 통해 "성탄절을 맞이하여 하나님의 축복이 모든 분들에게 넘치길 기원 드리며…"라며"예수님이 이 땅에 사랑과 평화를 위해 오신 것같이 우리에게도 마음의 사랑과 평화가 넘치길 바랍니다.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고 성탄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를 보는 순간 온몸에 죽음과도 같은 소름끼치는 전율이 전해짐은 어찌된 일일까요.
성탄 축하인사를 보내며 사랑과 평화가 넘치기를 기대한다는 대통령에게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적 배려를 기본으로 삼아야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더 살펴보라는 의미에서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의 말을 옮겨봅니다.
“나는 당신의 사상에 반대한다. 그러나 당신이 당신의 사상 때문에 탄압을 받는다면 나는 당신 편에서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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