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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장 원욱희 의원] 악법도 법이다, 라는 말은 역시 틀린 말이다. 시대에 맞지 않는 말이다. 30년 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이 그 예이다. 구시대적 유물이 돼가고 있다.
당초 입법취지와는 달리 인구집중억제 정책목표도 달성하지 못했고 기업 재투자와 생산 활동을 저해하고 주민 삶을 황폐화시키며 각종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정책은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에서 도입했다가 폐해가 심해 일찌감치 폐쇄한 정책들이다. 다른 것은 다 잘 따라하는 우리나라가 이것만큼은 웬일인지 따라하지 않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다.
수도권규제법은 개정해야 마땅하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패러다임(paradigm)은 살릴 가치는 있지만, 현 시점에서 합리적인 개혁방안을 모색해볼 때라 여겨진다.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수도권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어있다. 대통령령 개정 요건은 국무회의 심의로 족하여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 없으므로 대통령과 중앙부처에서 실어주는 힘만으로도 충분하다.
전국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는 이미 인구의 48%, 제조업 종사자의 46.9%, 서비스업 종사자의 56.3%, 전국 대학의 39.2%, 의료기관의 50.4%가 집중되어 있어, 전국의 경제·사회·문화 절반 이상의 유·무형 자원들이 분포되어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도권은 살려주면서 지방경제 부흥을 위한 유인책을 함께 모색해야 지, 한창 발전하고 있는 수도권에 올가미를 씌우면서 까지 수도권에 투자되어야 할 파이를 지방으로 유도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여주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은 물론, 수질환경 보전법, 한강수계법, 산림보호법,군사시설보호법 등 다양한 규제에 걸려 있어 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지역주민의 소득은 낮아지고 있어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이는, 경제성장과 일자리창출, 개방·공유·소통·협력을 핵심가치로 표방하고 있는 정부3.0 창조경제와는 매우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또 하나 가슴 아픈 일은 기업을 외지로 내몰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주시에 위치한 KCC 여주 공장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여주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 신․증설 제한에 밀려 외지로 떠나야만 하는 처지이다.
KCC는 여주 유일의 대기업으로서 신․증설을 할 경우 무려 3천 명 정도의 지역고용 창출 효과가 있으며 연간 3천억 원 이상의 생산 유발효과를 거둘 수 있음에도 법에 가로막혀 떠나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있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법령 개정으로 수도권의 범위가 조정되면 여주시의 경우만 보더라도 당장 공업용지 조성 제한이 해제되어 대규모 생산설비와 자본을 갖춘 중소규모 이상 기업이 투자를 활발히 할 것이다.
또한, 공업용지 조성 규제탈피로 인해 신·증축된 공업단지를 이끌어갈 인구도 늘어나고 이들이 주택권 및 상권 조성을 뒷받침할 것이다.
게다가, 4년제 대학의 신설이 가능해지면서 우수인력 유입과 대학 주변 고등문화 환경이 조성되어, 문화적·사회적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며 지역 경쟁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이제라도 수도권의 공간적 범위를 시대와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명시된 수도권의 범위에는 서울·인천·경기 전역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개정하여 경기지역에서 동북부 저발전지역을 제외한다면, 여주, 이천, 광주, 양평, 가평 등과 같은 저발전지역은 규제의 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수도권 규제개혁 방식으로 한 쪽이 이기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zero-sum 게임보다는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positive-sum 게임으로 접근한다면 수도권과 지방, 기업과 소비자, 정치인과 국민 모두가 서로 win-win할 수 있는 창조경제의 新성장동력 모델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은 국제화 시대이다. 시대에도 맞지 않는 법을 고수한다는 것은 지역과 지방 중소도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서는 결과적으로 국가적 경쟁력 저하로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해가 수도권 규제를 풀 수 있는 최적기이다. 지난 2월 국회 국토교통위 업무보고에서 장관이 시행령 개정을 시사 했으며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완화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 동북부권 8개 시장․군수들이 모여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조속히 합리화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요즘처럼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그리고 자치단체장들이 한 목소리로 규제개혁을 외치는 상황이라면 더욱 좋은 때이다. 게다가, 내년부터 3년 동안은 국회의원선거, 대통령선거, 지방선거가 연이어 예정되어 있기에 시기적으로도 올해가 규제혁파의 골든타임(Golden-Time)인 것이다.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악법은 빨리 고칠수록 상처도 적게 나는 법이다. 암 덩어리를 언제까지나 안고 살 필요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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