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원은 양평군(김선교 군수)이 ‘세계 100대 정원’을 목표로 만든 정원이다. 양평군은 두물머리 세미원 내 1200평방미터에 조형물면적 123평방미터로 총사업비 19여억원을 들여 2012년 9월부터 세한정을 조성해왔다.
세한정은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제주도 유배 시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세한도’를 근거로 한다. 양평군은 아름다운 물의 정원 세미원에 세한정을 지어 사제 간의 돈독함을 일깨우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
세한정1.jpg
지난 1일 세한정 준공식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병국 국회의원, 김선교 양평군수 등이 참석하여 인사말을 했다. 김문수지사는 세한정이 ‘약속의 정원’임을 강조했다. 김선교 양평군수는 세한정이 ‘선조들의 아름다운 나라사랑 정신을 배우는 학습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준공식 행사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사은례’에서는 서울 알로이시오 초등학교 학생들이 스승에게 감사의 뜻으로 ‘차’를 올리는 ‘다례’와 스승께 바치는 노래와 율동인 ‘헌가와 헌무’가 있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추사와 이상적의 사랑과 믿음을 오늘에 되살린다는 의미라고 한다.
세한도를 복원했다는 세한정은 ‘작은 집’ 한 채와 마당, 이상적을 의미하는 잣나무와 추사를 뜻하는 휘어진 소나무 등 서너그루의 나무만이 낮은 담장에 싸여있다. 세한정 내부에는 이젤 받침대 위에 추사의 일대기를 간략하게 표현한 15점의 그림(한 두 줄로 설명이 붙어있음)이 전시되어 있다. 벽과 바닥은 모두 벽돌로 처리되었다. 담장 벽돌에는 ‘우리 영원히 잊지 말아요’라는 글씨와 ‘장무상망’이 한자로 새겨져있다. 작은 마당 안에는 여러 개의 소나무 분재가 눈에 뜨이고, 울타리 밖에는 수십그루의 소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세한정3.jpg
세한도에 충실했다는 ‘세한정’의 마당 잔디와 소나무 분재, 울타리 너머 심어진 많은 소나무는 그림에는 없는 부분이다. 울타리도 그림에는 없다. 내부 또한 방 한 칸 없고, 마루장 하나 없다. (그림에는 보이지 않지만 추사는 방과 마루가 딸리고 부엌이 있는 집에서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창고를 연상시키는 공간에 덩그마니 이젤에 올려진 15점의 그림만이 있을 뿐이다. 내부 벽에 인물화 두 점과 설명하는 글 등이 있지만, 추사의 글씨는 보이지 않는다.
애초 세미원은 아름다운 물의 정원을 추구했다. 갑자기 제주도의 추사가 왜 양평 땅으로 왔는지는 제쳐두고라도 유배지의 스산함이 세미원의 본래 목적과 부합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역사의 사례를 현실에 되살린다는 취지를 아무리 높이 평가한다 해도,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룬다고는 보기 어렵다. 민족문화의 교육의 장으로 삼는다, 스승과 제자의 신념과 의리의 정신을 기린다고 하는데 향후, 배움터로써 어떤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지는 소개되지 않았다.
세한정2.jpg
1일, 세한정 낙성식에 앞서 ‘배다리’(열수주교) 현판식도 함께 있었다. 배다리는 양평군이 25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배다리로 잇는 것은 즐거운 상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사가 진행되면서 ‘수입한 중국배’라거나 ‘방수’가 안 된다는 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행사에 우연히 참가한 한 세미원 관람객이 ‘무슨 행사가 있느냐’고 묻는다. 무슨 행사로 보이느냐고 되묻자, ‘혹시 음식점 개업이냐’고 한다. 아마도 울긋불긋한 깃발이 개업식을 연상시킨 모양이다. 문화예술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눈에는 배다리가 음식점 개업을 위한 깃발로 보였다면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니다.
두물머리 세미원은 배다리와 세한정이 아니어도 의미를 쉽게 이해하기 힘든 조형물로 가득하다. 거기에 보태서 세한정과 배다리는 19억과 25억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들여 부조화를 거들고 있다. 두물머리 하면 첫째도 둘째도 ‘물’이다. ‘물’이라는 소재를 뒤로하고, 가볍지도 않은 소재인 추사와 사도세자를 양평 땅 두물머리에 이식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수가 아니었는지 되짚어볼 일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