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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소방서 유진태 소방시설관리사]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가을에 내리는 비는 참으로 운치가 있다.
가을비의 운치를 더 오래 느끼고 싶지만 계절의 변화란 사람의 바람과는 항상 다른 방향으로 찾아온다. 추운 겨울이 오면 더욱 따듯한 곳을 찾게 되고 몸의 움직임도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처럼 느려지고 무뎌진다.
이 무뎌짐을 딛고 찾아오는 것이 항상 안전 불감증이다. 누구나 알고 있고 항상 하거나 듣는 얘기지만 “나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하루하루 무심하게들 살아간다.
지난 경주 지진에서 볼 수 있듯이 지진은 남의나라 얘기였다. 하지만 그런 무관심속에 규모 5.8의 지진은 수많은 가옥과 문화재, 자연을 파손 시켰다. 정책의 부재와 국민의 무관심속에 수많은 피해를 남기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런 자연재해는 사람의 힘으로 막기는 힘들다. 하지만 겨울철 빈번하게 발생하는 화재는 약간의 관심과 주의만 기울이면 예방이 가능하다. 대규모의 지진도 사람들에게 피해를 안겨주지만 화재는 더 큰 피해와 아픔을 안겨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겨울철 화재는 여름인 7월에 비해 대략 51%가 증가한다. 그중에서도 주거시설의 화재가 전체화재의 25.3%로 1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겨울철에는 주거시설에서 난방기구의 사용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올바른 난방기구의 사용과 가정 내의 소화기 사용법만 숙지한다면 위의 숫자 정도는 반으로 내려오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정 내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중에 하나가 누구나 알고 있듯이 문어발식 콘센트 연결사용이다. 개별 난방 기구는 각자 용량이 차지하는 열을 발생하게 되는데 이 열들이 문어발식 콘센트에 집중되어 화재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용하지 않는 기구는 빼놓고 난방기구는 분산해 벽쪽에 있는 콘센트에 연결해 사용하는 것이 예방책이 될 것이다.
또 하나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초기 소화에 사용하는 소화기구이다. 요즘은 1가정1소화기라는 훌륭한 표어가 말해 주듯 가정 내에 소화기 비치는 필수가 됐다. 하지만 가정에 비치된 소화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소화기 하나로 끝날 화재를 더 키우게 되는 것이다.
화재 초기에 당황하지 말고 평상시 소화기 사용법을 숙지한다면 가정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소화기는 항상 눈에 보이는 곳에 비치하고 화재 초기에 소화기의 안전핀을 뽑고 화재가 난 곳을 향해 노즐이 향하게 하고 누름쇠를 누름으로써 약제가 방사되게 된다. 이 간단한 방법만 숙지한다면 우리 가정에 더 큰 불행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불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사용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를 행복하게도 하고 불행하게도 한다. 불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 중에 행복한 불만이 우리 곁에 존재할 수 있도록 이번 겨울은 ‘행복한 불’만 있는 겨울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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