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철거될 지 모르는 적치장에 조성
접근성, 안정성, 편의성 모두 무시
운영해보고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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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경기e조은뉴스] 여주시가 철거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4대강 준설토 적치장에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모래썰매장을 조성하고 있어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업은 지난해 예산안 심사 전 몇몇 의원들이 예산 삭감 대상으로 지목했던 사업이지만 심의 과정에서 "일단 운영해보고 판단하자"는 의견이 우세해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거액의 혈세를 투입하면서도 우선시 돼야 할 사전 타당성 조사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여주시와 시의회는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는 비난과 함께 사후 책임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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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는 대신면 4대강 준설토 양촌적치장에 높이 31.7m, 길이 55m, 폭 15m, 경사 30도 규모의 모래썰매장 슬로프 1면을 조성했다고 18일 밝혔다.
모래썰매장 부속 시설로 높이 2m, 길이 150m 규모의 모래성과 관리동, 이동식화장실 등이 설치되며 5월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는 슬로프 조성비 7000만원,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운영사업비 1억 2700만 원 등 총 2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하지만 시는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전 수요조사 및 안전성 검토,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사전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시는 사업의 목적으로 홍보 효과와 공익을 내세우지만 모래썰매장을 이용할 관광객 수 등 기초적인 수요조사 조차 하지 않아 주장의 신뢰성에 의문이 간다.
썰매장이 들어설 예정인 양촌적치장은 외진 곳에 위치해 승용차를 이용해야만 접근이 가능해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이는 썰매장을 찾는 이용객들에게는 큰 불편이며, 그만큼 이용객수의 감소는 피할 수 없다.
또한 입자가 고운 모래로 조성돼야 할 슬로프면이 자갈 등이 뒤섞여 있는 준설토로 조성돼 사용자들이 찰과상 등 부상을 입을 우려가 높다.
썰매장이 들어 선 곳은 수변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세면장 등 편의시설 설치에 제약이 많은 곳이어서 먼지를 뒤집어 쓸 이용자들의 대한 대책도 묘연한 상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모래썰매장이 위치한 적치장은 준설토 적치를 위해 시가 임대한 부지로, 준설토 판매가 완료되면 해당 시설을 모두 철거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시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김춘석 시장의 지시에 의해 마지못해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존 적치된 준설토에 단면의 슬로프를 조성하는데 거액의 조성비가 소요된다는 것과 불과 6개월간의 운영사업비로 억대의 예산이 책정된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주시 관계자는 "적치장 사면을 이용해 임시로 모래썰매장을 조성, 부가적으로 사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혀 이 같은 지적에 힘이 실린다.
그는 "여주 홍보차원에서 놀 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했다"고 사업 추진 목적을 밝혔다.
하지만 이 사업을 제안한 A씨는 "4대강사업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시민들에게 충족시키기 위해 기획됐다"고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같은 여러 문제점들로 인해 지난해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일부 시의원들이 예산 삭감을 추진했지만 예산안은 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여주시의회 B의원은 "모래썰매장 조성사업비 7000만원을 이미 승인한데다 한번은 운영해 봐야 할 것 같아 예산을 편성해 줬다"고 말했다.
시와 시의회의 이 같은 ‘해보고 아님 말고’식 행정에 정작 피해를 입는 시민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민(53·능서면) C씨는 "주민들은 하루하루 살기가 힘든데 여주시에는 남아도는 돈이 많아 보인다"며 "의원들도 주민들의 편에 서서 행정부에 견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시와 시의회를 함께 질타했다.
모래썰매장은 부산시가 조각전, 백사장 캔버스 등 모래를 소재로 한 친환경 축제인 `해운대 모래축제`의 부속 행사로 운영하고 있으며, 모래썰매장만을 위한 곳은 국내에선 여주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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